여느때처럼 스마트폰 속 sns의 파도를 타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특히 요즘은 만년필에 푹 빠져있는터라
자연스럽게 필사도 알고리즘을 타더군요
그렇게 누군가의 필사책 리뷰를 보며
'아 저거다!' 외쳤답니다
공부할 때도 손목이 안좋아 오래 필기하지 못한 저이기에
방대한 양의 책을 필사하는 것이란 시작부터 주저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 필사 노트는 여러 책들을 조금씩 발췌해
쓰는 양도 부담이 덜할 것 같더라구요
모닝루틴도 무너진지 한참.. 필사로 다시 한번 모닝루틴을 세워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책을 구입한 그날밤..
육퇴 후 찬찬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띠지를 제거하니 귀여운 그림의 표지
표지에 제목이 없고 그림만 있다니 신선하네요
제법 묵직한 책
안에는 필사하는 것 외에도 어휘력을 높이기 위한 저자의 글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필사만 하는 것이 아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가득해 알찬 구성이네요
마치 단어장처럼 몇몇 단어들의 사전적 의미도 적혀있습니다
뒷표지에는 작가 목록이 있네요
과연 내가 아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싶었는데
하나도 없을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10은 넘네요 하하..
책을 좋아하지만 읽지않는 아이러니
필사하는 줄노트 중간 중간에
흐린 글자로 내용이 조금씩 적혀있습니다
처음엔 이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게 뭐야'
이걸 왜 적어 놓은건지... 오히려 필사하는데 신경쓰일 것 같아요
저 글자들에 맞춰 내 글자들을 조절해야 할 것만 같은 불편함이랄까..
저에게는 그냥 빈 줄노트였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맨 처음 필사는 미하엘 엔데 소설 <모모> 입니다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한번쯤 빌려본 적 있는 추억의 책이네요
너무 오래돼 기억도 가물가물
필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살펴본 김에 바로 필사 시작!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중략)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미하엘 엔데 <모모>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년필을 들었습니다
라미 룩스 EF x 제이허빈 베르드그리
하지만.... 역시나...
그냥 번져버리네요
아쉽지만 결국 펜으로 바꿔 필사했어요
책에는 펜으로 필사하고
만년필로 필사하고 싶을 때는 따로 노트에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필사를 시작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할 지 막막할 때
필사 입문으로 좋을 것 같은 책입니다
어휘력이 느는 건 덤~
조금 더 써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줄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이런 필사책에는 가름끈 하나 정도 있으면 유용할 것 같네요
언젠가 만년필도 가능한 필사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다이어리나 노트들은 조금씩 출시되고 있는 듯 한데
더더 커져서 다양한 종류들 속에서 내 취향을 찾아 고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만년필 유저의 작은 바람입니다